속삭이는 그림자

1. 그날 이후, 이상한 일들이 시작되었다

지민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부터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 그리고 밤마다 반복되는 악몽.

특히 새벽 3시경이면 항상 같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어머니는 흐릿한 얼굴로 서 있었고, 그녀의 입술은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 절박하게 말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면, 어김없이 방 안에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 숨죽여 지켜보는 듯한 묵직한 기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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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울 속에서 나타난 어머니

하루는 밤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왔다.

부엌을 지나며 무심코 거울을 봤는데, 거기엔 분명 자기 혼자 있어야 하는데도…

뒤쪽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서 있는 것 같았다.

지민은 순간 얼어붙었다.

거울 속, 희미한 형체.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지만, 어머니였다.

아니, 어머니 같았다.

심장이 요동쳤다.

거울 속의 형체는 미동도 없이 그를 응시했다.

지민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거울이 아닌 실제 공간을 바라봤다.

그러나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거울을 보았을 때…

그 형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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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점점 더 강해지는 기운

며칠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들은 더욱 심해졌다.

방 안의 물건들이 미세하게 위치가 바뀌어 있거나, 새벽이면 누군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지민아…"

"왜 그랬어…"

귀에 익숙한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원망과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이젠 혼자 방에 있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문득,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엄마, 제발 나 좀 그만 괴롭혀!"

"너… 나한테 너무해…"

그때는 화가 나서 던진 말이었지만, 이제는 그 말이 가시처럼 가슴을 찔렀다.

혹시… 어머니는 그때의 감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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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들려온 속삭임

그날 밤, 지민은 도망치듯 침대에 누웠다.

불을 다 끄고 눈을 감았지만, 어둠 속에서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지민아…"

귀 가까이에서 들려온 그 소리에 온몸이 굳어졌다.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얼굴과 마주쳤다.

창백한 얼굴. 텅 빈 눈.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였다.

지민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어머니의 입이 천천히 움직였다.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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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이 열린 방

정신을 차렸을 때, 지민은 방 안에서 혼자 몸부림치고 있었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채, 침대 위에서 헐떡였다.

꿈이었나?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방문이 열려 있었다.

분명 자기 전에 닫아 두었는데.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들려온 발소리.

또각… 또각…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다가오는 소리.

지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머니는 떠나지 않았다.

아니, 어머니가 떠나지 못하도록 한 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