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원 영안실에서 일어난 일
의대생인 지훈은 대학 병원에서 실습 중이었다. 실습이 끝난 후, 교수님이 그에게 부탁했다.
"오늘 밤, 영안실에서 시신 보관 기록을 정리해 줄 수 있겠니?"
새벽 1시, 대부분의 병원 직원들은 퇴근했고, 병원 건물은 을씨년스럽게 조용했다.
지훈은 영안실 문을 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별거 아닐 거야. 그냥 서류 정리만 하면 돼."
하지만 영안실에 들어서는 순간, 싸늘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벽 한쪽에 줄지어 있는 안치함들. 그리고 그 안에 누워 있는 시신들.
지훈은 최대한 시선을 피하며 데스크로 향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안치함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
2. 열려 있는 안치함
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평소와 다름없이 닫혀 있어야 할 안치함들.
그런데…
43번 안치함이 열려 있었다.
"누가 안 닫았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어라? 시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였다.
차가운 손길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3. CCTV 속의 그림자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뒤를 돌아봤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단순한 착각일까?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지훈은 데스크로 돌아와 병원 CCTV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새벽 12시 40분, 43번 안치함이 스스로 열리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안치함에서 무언가가 기어나왔다.
사람 형체의 그림자.
기어 나와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는 형체.
그리고 몇 분 후…
그 그림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지훈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4. 사라진 시신
다른 CCTV 화면을 확인했다.
형체는 병원 복도를 서성였다.
그리고 누군가를 찾듯이 병실을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304호 병실에서 멈췄다.
그곳은 오늘 밤, 환자가 사망한 병실이었다.
지훈은 황급히 환자의 정보를 검색했다.
이름: 김영수
나이: 57세
사망 원인: 원인 불명
그런데, 기록을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김영수 씨의 시신은 43번 안치함에 보관되어야 했다.
즉, 사라진 시신이 김영수 씨라는 뜻이었다.
지훈은 급히 병원 관계자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 있었다.
그리고, 문득 느껴지는 기이한 기운.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5. 마지막 방문자
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는…
푸른 병원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김영수 씨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기록을 남겨야지."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뒤에서 낮고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안 돌아온 줄 알았어?"